최초로 인간과 대화했던 돌고래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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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인간과 대화했던 돌고래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

지난 1966년, 미국 마이애미.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차가운 콘크리트 수조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난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지게 했는데요. 누군가 돌고래의 생명을 앗아갔거나, 돌고래가 끔찍한 몰골로 발견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바로, 돌고래가 스스로 끔찍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돌고래는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는데요. 단 10주 만에 영어 단어를 따라 읽을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나 과학자들을 흥분시켰습니다. 그런데 왜, 인간의 언어를 배우던 돌고래는 갑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까요?

당시 동물 행동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 그러니까 인간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이 사건 이후에도, 수많은 사례가 전문가들의 믿음을 뒤집고 있습니다. 정말 동물도 극단적인 선택이 가능할까요?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동물들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1960년대. 사람들이 모두 우주만 바라보고 있던 때였죠.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는 세티(SETI)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외계인을 물리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정복하는 걸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동등한 관계로, 지구인과 외계인이 마주 보며 악수를 나누는 그림을 꿈꿨는데요.

그렇게 극적으로 만난 지구인과 외계인.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악수를 나눈 뒤, 할 말이 없다는 것. 그렇습니다. 외계인과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문제였죠.

과학자들은 곧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싸맸습니다. 그러나 당장 외계인과 만나 연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물에게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는데요. 외계인과 만나기 전, 일종의 예행연습으로 생각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이종간 언어’를 개발하고 연구하면, 외계인과의 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신경생리학자 존 릴리는 돌고래에 주목했는데요. 두뇌가 크고, 특히 대뇌피질이 발달한 돌고래가 동물 중에서 최초로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종이라고 판단했죠.

존 릴리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아 초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 하나, 돌고래와 의사소통하는 것이었는데요. 존 릴리는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돌고래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1963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해안가의 하얀 집이 실험실로 결정됐습니다. 이곳은 그때부터 ‘돌핀 하우스’라고 불렸는데요. 돌핀 하우스에 있는 돌고래 중에서, 가장 먼저 영어 학습을 시작할 대상으로 수컷 돌고래 한 마리가 선정됐습니다. ‘피터’였죠.

피터의 교육은 20대 여성 연구원 마가렛 하우 로밧이 담당했습니다. 그녀는 간단한 영어 단어를 들려주면서, 피터가 그걸 따라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수컷 돌고래 피터는 들리는 소리를 따라 했습니다.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소리의 리듬과 억양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었죠. 연구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면 사람 아이들보다 학습 능력이 더 뛰어난 수준입니다”

연구원들은 더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교육 방식에 큰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실을 대폭 개조해, 아예 인간과 돌고래가 함께 생활하도록 만든 것이죠. 유대감과 친밀감, 정서적인 교감이 더해지면 더 빨리 언어를 학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성 연구원 로밧은 이곳에서 돌고래 피터와 함께 생활하고, 잠을 자고, 언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10주가 지나자, 피터의 언어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로밧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던 수컷 돌고래 피터가, 조금씩 로밧의 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인데요. “피터는 저와 늘 함께 있으려고 했어요. 저의 무릎, 다리, 그리고 손에 몸을 대고 비비기 시작했어요”

당시 피터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호기심과 욕구가 왕성할 시기였습니다. 한창 암컷 돌고래에게 관심을 가질 때였죠. 하지만, 피터의 관심은 오직 로밧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친밀감을 넘어, 로밧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던 피터. 로밧은 그런 피터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쌓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고, 지금까지 노력해온 연구와 언어 능력도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결심했습니다” 로밧은, 직접 손으로 피터의 욕구를 해소시켜줬습니다.

그러는 사이, 연구의 총책임자였던 존 릴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는데요. 피터의 언어 능력이 어느 순간부터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하루라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던 존 릴리는 돌고래 피터에게 특정 약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능과 언어 능력 향상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로밧의 반대도 무시하고, 피터에게 억지로 약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는 없었는데요.

문제는,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돌핀 하우스에서 벌어진 끔찍한 실험에 전 세계가 분노하며 손가락질했는데요. 결국 미항공우주국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끊었습니다. 실험은 중단됐고, 연구원들은 모두 돌핀 하우스를 떠났습니다.

로밧만 피터의 곁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죠. 그러나 로밧도 끝내 피터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피터는 미국 마이애미의 콘크리트 수족관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피터가 수족관에서 생을 마감한 채로 발견된 것인데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돌고래들은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의식적으로’ 호흡하는 동물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부러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끔찍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합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만 본능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미국인 남성 릭 오베리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릭 오베리는 과거에, 미국 최고의 돌고래 조련사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맡겨진 건 ‘캐시’라는 돌고래였는데요.

한때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캐시는 죽기 직전이 되자 물탱크에 방치되었는데요. 캐시를 유일하게 돌봐준 존재가 바로 릭 오베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캐시가 힘겹게 헤엄쳐 릭 오베리의 품으로 다가갔다고 합니다. 잠시 후, 캐시는 호흡을 멈추고 물탱크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게 캐시의 마지막 모습이었죠.

“캐시는 정말로 우울해 보였습니다. 마지막 순간, 캐시는 제 품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더니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더 호흡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품에서 놓아주었더니, 천천히 물탱크 바닥으로 가라앉았어요” 그 순간부터, 릭 오베리는 조련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동물 보호 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2011년, 중국에서는 어미 곰과 새끼 곰이 산 채로 쓸개즙을 채취당하고 있었는데요. 새끼 곰이 고통스러워하자, 어미 곰은 철창을 부수고 새끼 곰을 구하려고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새끼 곰은 아주 단단한 쇠사슬로 묶여 있어 어쩔 도리가 없었죠. 그러자 어미 곰은 새끼 곰을 꽉 끌어안아 질식시켰습니다. 그렇게 새끼 곰이 눈을 감자, 어미 곰은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동물들의 이런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스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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