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대신해 혼자 우주로 떠난 천재 침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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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대신해 혼자 우주로 떠난 천재 침팬지

195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첫 번째 유인우주계획인 ‘프로젝트 머큐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인간을 대신해 실험체를 먼저 우주에 보내기로 결정하는데요.

1957년 카메룬의 열대 우림에서 태어난 침팬지 햄이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유독 햄이 똑똑하고 온순하며, 사람 말도 잘 따라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됐습니다.

우주비행학교로 잡혀온 햄은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야 했습니다. “파란 불빛이 깜빡이면, 5초 이내에 손잡이를 잡아당겨라” 이게 훈련의 목표였습니다.

성공하면 햄에게 사과, 바나나 같은 맛있는 간식을 줬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전기 충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혹독한 훈련 중에도, 햄은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마치 아기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박사들을 바라봤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사의 박사들과 햄은 가족처럼 정이 들었죠.

1961년 1월 31일, 햄은 아주 작은 캡슐에 묶여 우주선에 올라탔습니다. 평소처럼 훈련하는 줄 알고 천진난만하게 주변을 바라보는 햄. 박사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햄은 혼자 우주로 날아올랐습니다. 녀석이 우주선에서 느끼는 중력은 지구의 약 15배. 박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준이었습니다.

햄은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 외로움을 홀로 견뎌야만 했는데요. 영장류 행동 전문가는 “침팬지의 표정에서 이런 공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우주선 안에 있던 햄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햄은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하는데요.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침착하게 손잡이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렇게 약 20분간 우주비행 끝에, 햄이 탑승했던 캡슐은 대서양 한가운데로 낙하했습니다.

캡슐에서 빠져나온 후 수색 구조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햄’

헬리콥터 구조대가 출동해 햄은 극적으로 지구에 살아돌아왔습니다. ‘우주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영장류’가 되는 순간이었죠.

햄은 지구를 밟자마자 보상으로 사과를 받았습니다. 사과를 보고 해맑게 웃는 햄의 순진무구한 얼굴은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끔 하네요.

사실, 원래 햄에게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저 ‘실험체 65호’로 불렸죠. 우주비행에 성공한 뒤에야, 연구소의 앞글자를 따서 ‘햄(HAM)’이라고 지어졌습니다. 만약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면, 우주에서 생을 마감한 실험체 65호로 기록됐을 겁니다.

주어진 임무를 마친 햄은 곧바로 동물원으로 보내졌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한 동물원에서 17살이 될 때까지 혼자 살았다고 하는데요.

뉴멕시코 우주박물관 명예의 전당에 보관된 햄의 유골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햄은 뉴멕시코 우주 박물관으로 옮겨져 명예의 전당에 묻혔습니다.

햄이 우주선에 오르기 4년 전, ‘라이카’라고 불리는 강아지도 우주로 떠났었는데요.

러시아 모스크바를 떠돌며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던 유기견이었습니다. 그러다 러시아 과학자의 눈에 띄어 연구소로 끌려가게 됐습니다.

라이카는 과학자들을 잘 따랐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주 영리하고, 성격도 온순한 강아지였는데요. 그래서 우주선에 올라탈 최종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라이카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만 가능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과학자들은 발사 일주일 후, 자동으로 라이카의 목숨이 끊어지도록 우주선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예상보다 당시 우주선은 너무 허술했습니다. 라이카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 압력과 산소 부족,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온도를 맨몸으로 견뎌야 했죠. 결국 라이카는 우주선 발사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주에서 죽은 라이카의 기념비

라이카를 우주로 떠나보냈던 러시아 과학자 중 한 명은 뒤늦게 “죽어서 라이카를 만난다면, 꼭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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