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건넨 홍차를 마신 남자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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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건넨 홍차를 마신 남자의 최후

지난 2020년 8월 20일 러시아 톰스크 공항. 한 남성이 카페로 들어옵니다.

평범하게 홍차를 주문한 그는 여유롭게 차를 즐긴 뒤, 이내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오르는데요.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 남성. 잠시 뒤 그는… 급기야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밝혀진! 그의 놀라운 정체..!! 그는 푸틴의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히던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였습니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알렉세이 나발니, 그가 비행기 탑승 전에 입에 댄 것이라곤.. 단 한 잔의 홍차뿐이었는데요. 대체 이 향기롭고 부드러운 홍차 속에는 어떤 무서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사건의 실마리는 이 일이 있기 14년 전인 2006년! 이렇듯 병상에서 앙상한 모습을 드러낸 채 최후를 맞이한 전직 러시아의 비밀 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에게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그는 나발니가 활약하기 이전인 2000년 즈음. 러시아 비밀 요원 생활을 청산하고 영국으로 망명한 인물인데요. 망명 직후, 요원 시절 알게 된 러시아의 어두운 비밀을 수없이 폭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였죠.

그는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옛 동료 요원들과 런던의 한 호텔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 오랜만의 만남이기도 하거니와 어쩐지 께름칙한 느낌에 이날따라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리트비넨코.

그런 그에게.. 옛 동료들이 자신들이 마시던 차를 권합니다. 누군가 마신 게 분명한 듯..! 얼마 남지 않은 티팟 속 홍차. 하지만 좀처럼 긴장감이 풀리지 않는 리트비넨코는 홍차로 입만 살짝 축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그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다 못해 극심한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였는데요.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는 이상 증상이 발현되더니.. 급기야, 주요 장기들이 괴사되어 갔습니다.

시시각각 흐려지는 정신에 마침내 죽음을 직감한 그 초췌한 얼굴로 급히 인터뷰를 진행시키는데요. “독극물 공격의 배후엔 푸틴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터뷰를 끝으로 5일 뒤 결국… 입원 단 3주 만에 사망에 이르게 되고 마는 리트비넨코.

멀쩡하던 성인 남성의 의문사.. 커지는 의구심에 곧바로 부검이 결정되는데요. 그런데! 리트비넨코의 체액에서 깜짝 놀랄 성분이 검출됩니다.

바로, 폴로늄. 엄청난 고.농.도 방사성 물질로 알려진 플로늄이 희한하게도..! 사람의 몸 속에서 나온 것인데요. 사실 폴로늄은, 일반인은 쉽게 구경조차 할 수 없는 희귀한 독극물로 청산가리보다 무려 1조 배까지 치명적일 수 있는 고위험 물질이죠.

세계 연간 생산량이 약 100g, 그러니까 해봐야 고작 밥 반공기 정도 밖에 안되는 폴로늄은 전량이 러시아에서 생산될 뿐만 아니라 정보기관이나 군부가 아니면 쉽게 구할 수 없는 독극물인데요.

즉 폴로늄은, 러시아 국가 차원의 도움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다는 얘기죠. 앞서 살펴본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건과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있는 이 사건은 곧바로 배후에 푸틴이 있을 것이란 소문을 낳는데요.

역시나 리트비넨코의 죽음에 강력한 의심을 품고 수사에 착수한 영국 정부. 리트비넨코가 죽은 지 정확히 10년 만에, “살해 배후는 FSB이고, 그 계획은 푸틴 대통령이 최종 승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섭니다. 명확한 정황 증거 탓에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꺾이지 않았는데요.

안드레이 루고보이

게다가! 영국 정부의 수사 발표가 있기 1년 전인 2015년. 푸틴의 지시를 받아 암살 사건을 주도했던 것으로 지목된 안드레이 루고보이가 푸틴으로부터 명예 훈장을 받아, 논란은 또 한 번 커지는데요.

대체 왜 러시아는 이토록 용의주도적이지 못하게 배후가 뻔히 보이는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놀라운 의견을 제시합니다. 바로,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들과 영국인들에게 러시아가 보내는 노골적인 경고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직까지도 ‘이른바 홍차 사건이라 불리는 일련의 일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리트비넨코가 사건 당시 만났던 두 동료 역시, 음모론과의 연관성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죠.

독극물 홍차를 먹고 비행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정치 후원금과 관련해 당국이 제기한 사기 혐의로 현재 감옥에서 수감 생활 중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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