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만 오지게 끼치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예능프로 TO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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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가의 기적>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아는 톱스타들은 대부분 좀처럼 예능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팬들이라면 누구나 예능 출연을 염원했습니다.

2012년 케이블채널 QTV에서는 시청자들의 이런 니즈를 반영한 나름 획기적인 구성의 프로그램 <7번가의 기적>을 선보였는데요.

7번가의 기적은 MC 신동엽을 필두로, 예능에서 그간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톱스타들을 자신들의 토크쇼에 초청한 뒤 실제 녹화 현장에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는 컨셉의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잘 만든다면 그리 뻔하지 않은 유쾌한 예능이 탄생할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톱스타들을 욕 보이게 하는 구성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첫회의 주인공은 배우 장동건이었는데요.

제작진은 신문, 일간지 등 다양한 매체에 장동건에게 출연을 읍소하는 광고를 싣고 ‘장동건씨, 당신의 기적을 보여주세요’라고 써진 포스터를 버스 광고판, 서울 시내 길거리 곳곳에 배포하는 등 필요 이상으로 과한 장동건 모시기에 나섰는데요.

거기다 장동건의 흔적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우리들의 천국> <연풍연가> 등 장동건이 출연한 작품 촬영지에 찾아가 풀을 뽑아 오고, 김영철, 정주리 등 패널들에게 초대장 전달을 부탁하는 등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전파를 탔습니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이 이어진 뒤 녹화 당일에는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팬들과 신동엽, 연예인 출연자들이 마치 처럼 장동건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렸는데요.

하지만 장동건은 출연하지 않았고, 대신 짤막한 영상 편지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습니다. 애초에 내로라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잘 출연하지 않는 톱스타가 케이블 신생 예능에 선뜻 출연할 리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들여 출연을 부탁하고, 녹화 당일 수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장면들을 보고나면 왠지 모르게 출연하지 않은 톱스타를 탓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이에 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연예인 욕하라고 멍석 깔아주냐” “방송국에서 전파 써가면서 사생질 하는 거냐”며 신랄한 비난이 속출했고, 이후로 원빈, 소지섭, 장근석, 공유 편까지 방영됐으나 단 한 사람도 출연하지 않은 채 7번가의 기적은 세 달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오늘부터 대학생>

2016년 채널A에서 선보인 <오늘부터 대학생>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연예인들이 실제 대학교에 입학해 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경험한다는 취지의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단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전공 과목을 연예인들이 직접 공부해 보고, 또 풋풋한 대학생들과 학교 생활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는데요.

반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수업 시간에 연예인들이 들어와 촬영을 진행하는 건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정식 방영이 되기도 전에, 촬영이 진행된 단국대학교의 도예과 재학생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부터 대학생> 촬영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글을 올린 것인데요.

“오늘부터 대학생 촬영팀이 내 졸업 작품 겸 공모전 작품을 파손시켰다” 며 분노에 차 방송 철수를 요구한 A씨.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작품이 파손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촬영이 진행되던 강의실 한쪽 구석에서 작품 작업에 한창 열중하고 있던 A씨. 출연자였던 장동민, 탁재훈 둘 중 한 사람이 만든 흙덩이가 자신의 주변에 배치되면서 촬영 중 카메라맨이 작업물을 자꾸 건들자 “건들지 말아달라”고 따로 부탁까지 했다는데요.

그러나 이후 식사를 위해 잠시 잠시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작업물은 어느새 카메라맨이 엉덩이로 건드려 파손이 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A씨는 “다 만드는 데 10시간 안팎으로 소요되는 작업이다”며 “결과적으로 1주일 이상 걸리는데 이걸 건드려 문제가 생겼다. 해당 부분을 뜯어내고 다시 작업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죠.

심지어 수정 작업 탓에 가마에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 공모전 제출 시기까지 놓치는 불상사까지 발생, 고작 예능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1년 계획이 모두 망가지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된 A씨.

그의 지적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A씨는 한 학기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수업료를 내며 강의를 듣는데 출연자 탁재훈, 장동민이 개그한답시고 자꾸 교수의 말에 토를 달고 드립을 치는 바람에 질 높은 수업을 듣고 쾌적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는 권리까지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며 결국 제작진은 사과, A씨는 담당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앞으로 촬영이 지속된다면 등록금을 낸 재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을 소지는 여전한 상황이었죠.

그렇게 방영 초반부터 구설에 오른 ‘오늘부터 대학생’ 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방영 후 두 달 만에 소리소문없이 종영하고 말았습니다.

<하룻밤만 재워줘>

유명 연예인들이 수저 하나만 들고 집으로 쳐들어와 대뜸 밥 한끼 달라고 부탁하는 프로그램 <한끼줍쇼>는 민폐의 끝판왕이라 불리며 방영 내내 욕을 먹어야 했죠.

하지만 가가호호 일반인의 집에 직접 찾아가 생떼를 부리는 프로그램은 한끼줍쇼만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KBS의 <하룻밤만 재워줘> 역시 한끼줍쇼에 버금가는 민폐로 악명 높았는데요. 더욱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은 국제 망신이라고까지 불리며 혹평을 받아야 했죠.

하룻밤만 재워줘는 출연자 김종민과 이상민이 사전에 단 1%의 섭외 과정 없이 외국에 나가 길거리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하룻밤 숙박을 부탁하는 방식의 일종의 여행 버라이어티입니다.

파일럿 첫회의 촬영지는 이탈리아였고 이상민과 김종민은 거리에 나가 되도 않는 영어를 써가며 손짓 발짓을 더해 거의 구걸하다시피 자신들의 숙박을 요청했는데요. 대부분 현지인들은 당연히 그들의 말도 안되는 요청을 거절했죠.

하지만 다행히도 시도 이틀차에 평소 그룹 빅뱅의 팬이라는 한 가족을 만나 기적적으로 하룻밤을 신세질 수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만난 한국의 연예인과 이탈리아의 일반인이 한 집에 머물며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으레 그렇듯 감동 코드로 미화됐고 제작진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친구가 된다는 것’ 등 오글거리는 자막을 남발하며 하룻밤을 재워준다는 것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죠.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시청자라면 해당 방송을 보고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을, 그것도 낯선 해외에서 온 외국인을 자기 집에서 재워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으며, 손짓 발짓을 써가며 콩글리쉬로 재워달라고 구걸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민망함을 안겼죠.

게다가 거리에서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밀며 재워달라고 부탁하니 당황해하는 외국인들의 표정이 그대로 포착되면서 ‘나라망신’이라는 반응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대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기획의도도 전혀 와닿지 않는 허술한 구성으로 파일럿 방영 당시 혹평을 면치 못한 하룻밤만 재워줘.

그러나 놀랍게도 이후 정규 편성에 성공하며 스페인, 영국, 베트남, 중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를 돌며 글로벌 민폐를 시전했는데요.

당연히 시청자들의 원성은 계속됐고, 여기에 1%의 섭외도 없었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사전 섭외 의혹까지 제기되며 정규 편성 3개월만에 종영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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