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넘치면 우리나라에 재앙이 일어난다는 기묘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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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넘치면 우리나라에 재앙이 일어난다는 기묘한 우물

충청북도 증평군 사곡리 사청마을.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작은 마을에는, 500년 넘도록 보존되어 있는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을 ‘말세 우물’이라고 부른다는데요.

왜 말세 우물이냐고요? “우물이 넘칠 때마다 나라에 큰 변고가 일어난다. 만약 우물이 세 번 넘친다면, 말세가 올 것이다” 이런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말세 우물이자, 사곡리 우물은 버드나무 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돌을 쌓아 올려 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500년도 넘었지만,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우물이 어느 때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가뭄이 와도, 장마철에도, 홍수가 나도 마찬가지죠. 언제나 3m 정도로 물이 차 있습니다.

여름에는 물이 차갑고, 겨울에는 물이 따뜻하다는 점도 놀라운 사실인데요.

마을 사람들은 1년에 두 번, 정월대보름과 칠월칠석에 우물을 청소하고 제를 올립니다. 그러면서 가족의 건강, 마을의 평화, 나라의 안정을 기원합니다.

또 한 가지, 마을 사람들이 간절히 기원하는 게 있습니다. 제발 우물이 넘치지 않게 해달라는 것.

그 이유는 1456년으로 돌아가야 알 수 있습니다. 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이듬해. 조선에는 몇 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스님이 이 마을을 지나게 됐는데요. 스님은 갈증이 느껴져 동네 아낙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 한 잔만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아낙은 스님을 자신의 집으로 모셔온 뒤, 물동이를 챙겼습니다. “마침 집에 물이 다 떨어졌습니다. 앉아서 기다리시면, 우물에서 물을 떠오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서야 아낙이 돌아왔습니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기운을 차린 스님은, 잠시 후 입을 열었습니다. “우물이 멀리 있나 봅니다”

아낙은 땀을 닦으며 대답했습니다. “스님, 이 마을에는 우물이 없습니다. 가뭄으로 샘도 모두 말라버렸죠. 10리(4km)쯤 걸어가서 물을 길어왔습니다”

자신을 위해 먼 곳까지 다녀온 아낙의 마음씨에 감동한 스님이 아낙네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마을에는 물이 귀할 것 같습니다. 땅이 전부 돌로 뒤덮여 있으니… 보답하는 의미에서, 좋은 우물을 하나 선물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스님은 지팡이를 들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한 곳을 가르켰습니다. “이곳을 파면 물이 솟을 겁니다”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스님이 가리킨 곳은 커다란 바위였기 때문이죠.

스님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재차 말했습니다. “여길 파면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나올 겁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넘치지 않을 겁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말을 믿고 바위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닷새가 지났을 무렵, 바위틈에서 물이 솟아 나왔습니다. 아주 맑고 투명한 샘물이었죠.

그런데 그때, 스님은 마지막 한마디를 전했습니다. “말했듯이, 이 우물은 마르지도 않을 것이며 넘치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우물이 넘치게 된다면 큰일이 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세 번 넘치는 날에는 말세가 올 겁니다. 그때는 이 우물을 버리고 마을을 떠나십시오”

이 말을 끝으로, 스님은 자취를 감췄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요. 우물은 언제나 한결같았습니다. 그렇게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우물을 찾은 마을 사람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는데요. 우물이 콸콸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해는 1592년이었죠. 얼마 뒤, 왜구가 쳐들어왔다는 소식이 나라에 퍼졌습니다. 역사는 이 사건을 ‘임진왜란’이라고 기록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300여 년이 흘렀습니다. 또 한 번, 우물이 넘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요.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해였습니다.

1950년 6월 24일, 6.25전쟁을 알리는 경고였을까요? 우물이 넘치기 직전까지 차올랐다고 하는데요.

이 우물에 얽힌 미스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간혹 물을 긷다가, 우물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신기하게도, 물에 가라앉지 않고 둥둥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4명이나 그렇게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1947년 우물 하부 석축이 파손되어 보수 공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우물에 손을 댄 것이죠.

그날 이후로 마을에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례적인 흉년이 든 것인데요.

게다가 우물에 빠진 10살 소녀가 물 아래로 가라앉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천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며 경악했습니다. 액운을 쫓기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집집마다 촛불을 켜놓고 용서를 빌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제를 올리며 우물을 정성껏 보살피고 있습니다.

세 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기묘한 우물. 500년 전 스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기회는 딱 한 번 남았습니다.

여전히 말세 우물은 똑같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미 우물은 미래를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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