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이 퍼진 소문으로 억울하게 폭망한 음식 TO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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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쟁점이나 문제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을 뜻하는 여론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나 루머만으로도 쉽게 흔들리는 것 또한 여론이기에 대중의 다수 의견이 마치 팩트처럼 퍼져 오해, 선동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요. 이번에는 <근거없이 퍼진 소문으로 억울하게 폭망한 음식 TOP3>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1위 >

번데기, 골뱅이 통조림

유통기한도 길고 보관도 용이해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통조림 제품은 번데기와 골뱅이는 다소 거리감이 생기는 생김새와는 달리 담백하고 중독성 강한 맛을 자랑하며, 특히 술 안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때 번데기·골뱅이 통조림 시장이 그야말로 폭삭 망할뻔 했다는 사실 아시나요?


때는 1998년, 지상파 뉴스에 번데기·골뱅이 통조림을 즐겨 먹는 서민들을 공분하게 만든 한 사건이 보도돼 충격을 안겼습니다.바로 일부 제조 업체에서 번데기, 골뱅이 통조림 식품에 인체에 치명적인 ‘포르말린’을 넣어서 유통시켰고,이미 소비된 것만해도 110만캔에 달한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는데요. 가뜩이나 당시만 해도 통조림 식품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독성 물질까지 검출되다니…
제조 업체를 향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고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제조 업체 관계자들은 구속되며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1년 뒤, 충격적이게도 구속됐던 관련 업자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알고 보니 포르말린은 식품에 원래 존재하는 물질이고, 자연 상태에서 생겼을 경우 인체에 유해한지 확인된 바도 없었던 것인데요.

연구 결과와 조사를 통해 업자들은 다행히 누명을 벗을 순 있게 됐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 보도로 이미 20여개 통조림 업체가 잇따라 도산하는 등 업계 자체가 폭망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국가와 언론을 상대로 37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돌입했으나, 나라로부터 불과 5천만원에서 1억 5천만원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 받았을 뿐이라고 해요. 한편, 신문사에게는 단 1원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 2위 >

쓰레기 만두

쪄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고, 튀기면 더 맛있는 만두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까지 입소문이 퍼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K-푸드 열풍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만두에게도 씁쓸한 과거가 있습니다.
바로 2004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일명 ‘쓰레기 만두 파동’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당시 유명 만두 체인점과 전국 분식점에만두를 납품하던 한 제조 업체가 그동안 중국산 단무지와 썩은 무로, 만두소 만들어 판매해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지상파 뉴스와 각종 신문을 통해 보도된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도 즐겨 먹을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던 만두였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불량 만두’, ‘쓰레기 만두’ 등 언론사의 자극적인 워딩이 더해지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는데요. ‘만두=쓰레기’ 라는 등식이 성립되며 만두 파동과 관계 없는 업체들까지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한 업체는 매출의 최대 90%가 감소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단무지 공장 역시 매출의 70% 감소라는 직격타를 맞았습니다.해당 사건의 여파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옆나라 일본까지 이 소식이 전해져, 한국산 만두 수입을 전면금지시키기까지 했는데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증시와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친 만두 파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논란 발생 단 4개월 만인 2004년 10월,
황당한 반전이 펼쳐졌습니다. 일부 업체의 보관 위생 상태에 대해선 시정사항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논란이 됐던 만두소에 대해선 정밀 검사한 결과 인체에 전혀 무해한 것으로 드러난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팩트 체크도 하지 않은 채 ‘쓰레기’라는 단어에 꽂혀 허위, 과장 보도한 언론들과 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안일한 대처로 빚어진 촌극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만두는 다시 원래의 위상을 차지하게 됐지만, 오명을 쓴 채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 했던 업체 관계자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줄 수 있을지 안타깝습니다.

< 1위 >

대만 카스테라

2016년은 소자본으로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 창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저렴한 가격의 ‘대만 카스테라’가 첫선을 보이며 자본이 부족한 초보 창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입에서 사르르 녹는 카스테라 고유의 맛을 십분 살린 대만 카스테라는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 빠르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프랜차이즈 창업 역시 성황을 이루었는데요. 대만 카스테라는 주요 상권에서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러 개의 업체가 분포할 정도로 단기간 내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인기 아이템으로 급부상한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7년 3월, 채널A의 음식 탐사 보도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 성분 의혹을 제기하며 뜨거웠던 인기는 한 순간에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문제의 성분은 ‘식용유’였는데요. 먹거리 X파일에서는 많은 대만 카스테라 업체에서 제품의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 버터 대신 대량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신선한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카스테라를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식용유가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며 일반 카스테라에 비해 최대 8배 달하는 지방이 검출됐다는 내용도 전했는데요.


해당 방송이 나가자 소비자들은 왠지 속은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고 이는 곧 대만 카스테라 업체들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그런데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식용유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카스테라 조리법은 아니지만 못 먹을 걸 넣은 것도 아니고 식품 제조에 널리 쓰이는 식용유를 넣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업체 대표들의 해명과 식품 전문가들의 옹호론에도 불구하고 점차 발걸음이 뚝 끊기게 된 대만 카스테라는 그렇게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현재는 한 곳도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최근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의 집안이 망하게 된 원인으로 대만 카스테라가 등장하여 다시 한 번 조명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행 창업 아이템에 너도나도 뛰어들며 순식간에 포화 상태에 이르는 국내 프랜차이즈 창업 성향이 대만 카스테라 사업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도 않고 보도에 나선 방송사가 그 시기를 앞당긴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며 방송사, 신문사 등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는 내용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보단 비판적으로 접근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스 수용자들의 진화와 더불어 뉴스 제공자들 역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들의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