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의 욕심 때문에 생긴 쓸모없는 역 TO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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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외의 지역으로,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는 역세권. 

역세권 지역은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좋아 유동인구가 많이 모이게 되고, 
이에 따라 관련 상업, 편의 시설이 많이 위치하게 되는 만큼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간혹 지하철역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과한 욕심으로 공사에 착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닥 쓸모는 없지만  지역 주민의 욕심 때문에 생긴 지하철역 TOP3를 
알아보겠습니다.

TOP 3. 흥덕역

총 사업비 2조 7,190억을 투입하여 
총 17개의 정거장을 약 37.1km의 구간으로 건설하는 
인덕원~동탄 복선 전철 사업. 

안양 인덕원역과 화성의 동탄역, 오산의 서동탄역을 잇는 해당 광역 전철
2020년 상반기부터 노반 실시 설계에 들어가 
2026년 개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지하철 4호선뿐만 아니라 분당선, 신분당선과도 환승이 가능하게 돼 
경기 서남부와 서울 동남부 사이의 교통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용인시 흥덕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애초에 계획에 없던 ‘흥덕역’이 환승역으로 추가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데요.

어차피 철로가 지나가는 길에 
역 하나 더 내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흥덕역이 추가됨으로써 변형되는 철도 선형을 보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흥덕 지역 주민들은 흥덕역 추가로 인한 선형 변경으로
이동 시간이 1~2분밖에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2km 정도 증가하는 거리와 커브로 인해 발생하는 
표정속도 감소를 고려하면 증가 시간은 약 5분

5분이면 러시아워 때의 인덕원선 배차와 비슷한 수준이며,
발주해야 하는 전동차도 최소 2편성 이상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 역시 최소 1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요. 

더군다나 약 3만 명 정도의 
많지 않은 흥덕 지구의 인구 역시 문제입니다.


택지지구가 서울의 베드타운 성격으로 조성된 것은 물론, 
이미 주변에 광교신도시나 영통지구, 신갈오거리 등 
초대형 상권이 위치하고 있다보니 
흥덕지구는 2019년 현재 기준 흔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하나 없는데요.

이런 소규모 상권에 일반 역도 아닌 환승역을 짓자는 주장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 1을 넘지 못한 흥덕역은 
역 추가에 소요되는 예산을 100%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탓에 
무려 1,58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 전액을 
용인시의회에서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무리한 사업예산 조달로 인해 재정 여건에도 문제가 생긴 것인지 
최근 백군기 용인 시장은 각 부서 예산을 일괄적으로 10% 이상 줄이도록 하고, 
예산을 많이 반영한 특정 부서는 감사를 지시하는 등
이른바 긴축재정에 돌입,

시에 따르면 2020년도 예산 규모가 2019년 2조 5천 100여 억 원보다 
80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온전히 흥덕역 설치로 인한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총 1천500억여 원이 투입되는 흥덕역 설치를 위해 
매년 4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자립도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네요. 

거주민들의 한 표를 얻기 위한 용인시의회의 찰나의 선택
전형적인 핌피 현상의 사례 중 하나로 지적되며 큰 비난에 직면해있는만큼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TOP2. 무안공항역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호남축 수송체계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구축된 
호남권 고속 교통망.

2015년 4월에 개통된 호남고속선 1단계 구간 덕분에 
광주까지는 1시간 33분, 목포까지는 약 2시간 15분에 주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어 2017년 1월에는 호남선 광주송정역과 고막원역을 잇는 
2단계 고속화 사업이 착공되며 ‘무안공항역’ 추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는데요.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자 강행한 프로젝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평가를 받으며 
무안공항역 시설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안공항역은 인천공항 1,2터미널역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린, 공항과 철도를 연결하는 역인데요.

사실 무안공항의 수요를 고려하면 
오히려 무안군 지역 내 수요를 잡는 게 더 나을 정도로 
공항 이용객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수도권이나 충남 지역 시민들은 가까운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하며, 
비교적 가까운 광주 시민들마저도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해 
인천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게 현실이고, 
전라남도에서도 동부권 지역민은 무안공항에 방문할 동기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수요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 매년 수백억 적자를 내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목적으로,
호남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무안공항을 경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원래 ‘직선형’으로 설정되어 있던 구간이
무안공항역을 거쳐가는 것으로 수정되며 곡선 철도로 채택, 

한눈에 봐도 초기 계획된 경로에 비해 
상당히 굽어진 형태의 경로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곡선 구간이 늘어나면 목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뿐 아니라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 개통 이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꽤 높은 수요가 이탈하기 때문에 
이 역으로 인해 무안공항으로의 접근성이 향상한다해도 
다양한 행선지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데도 불구하고,

정작 목포를 방문하는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라는 폭탄을 떠안게 된다는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물론, 2018년 제주공항의 허브화 덕분에 
무안국제공항의 이용객 수가 상승 추세로 바뀌면서 
건설 확정 시기 당시보다는 그나마 타당성이 올라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무안공항역 경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팽배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TOP 1. 오송역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의 분기역이자 충북선과의 환승역인 오송역은 
역 설치 및 분기역 선정 과정에서의 지역 핌피 현상과 정무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 기간 교통망이 이상하게 변형될 수 있다는 최악의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1991년 경부고속선이 충북선 오송역 
바로 위로 지나가는 것으로 경로가 최종 확정되면서부터, 
청주 및 청원 지역 주민들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청주)유치위원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천안 아산역이나 대전분기와는 달리, 
오송역은 대전 수요를 놓치고, 선형적인 측면에서도 
그다지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초 분기역 지정 가능성이 세 지역 중 가장 낮았지만, 

앞서 소개한 유치위원회와 충북 정치권에서 이른바 ‘X축’ 논리를 내세워
호남고속선 분기역 유치전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X축 논리란 간단히 말해 기존 서울과 영남을 잇는 경부고속선과
강원과 호남을 잇는 고속철도의 교점에 오송이 자리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일견 타당한 주장 같지만, 
문제는 정작 모든 노선이 모이는 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었죠.

당시만 해도 역 신설이 계획된 지역 주변으로는 
막 개발되기 시작한 바이오 단지 이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는데요.

그러나 참여 정부에서 추진한 수도 이전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분위기가 오송유치위원회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도 이전이 무산되면서 “호남고속선은 지역 균형 발전 명목으로 지어주면서 
충청도는 무시한다”
라는 이른바 충청도 ‘핫바지론’이 대두됐고, 
이에 거주민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시위와 더불어 
테러 협박까지 난무하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됐는데요.

이에 정치권에서는 충청도 핫바지론과 관련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각종 공약을 내걸기 시작했고, 
충북 정치인들은 오송 분기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결국 2005년 6월 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오송역이 선정된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호남고속철도를 이용하는 호남 지역 시민들이 떠안게 됐는데요. 

결국 2,200원을 더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준하는 시간 단축 효과를 누릴 수 없는 호남인들은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모두 감내해야 하는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면, 
그리고 그 사업이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 유의미한 효과를 불러온다면 
지역 주민으로서 신사업 유치를 희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타 지역민들이 입는 피해와 불편을 무시한 채 
당장의 이익만 쫓는 무조건적인 사업 강행

 지역 이기주의로 유발되는 여러 문제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