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두명의 남자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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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촬영 시간을 거쳐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액기스만 모아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하는 TV 프로그램 제작진들 이미 엄청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악명 높은 직업임이 잘 알려져 있는데,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이 얼마나 협조적이냐에 따라 촬영 시간도 단축되고 녹화 환경도 개선되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제작진의 원픽을 받는다는, 스태프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2명을 알아보겠습니다.

<이경규>
우리가 TV를 통해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러닝 타임은 길어야 최대 80분 전후이지만, 실제 녹화에 소요되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례로 방송인 강호동의 경우 과거 SBS <스타킹> 출연 당시 장장 10시간 이상의 녹화를 이어간 것으로 유명하죠.이와 완전히 상반되는 ‘가성비’ 녹화를 추구하는 방송인, 이경규입니다. 이경규는 이미 동료 방송인은 물론 예능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녹화를 오래 하는 것에 민감하기로 유명한데,

지난 2016년 MBC <무한도전>에 섭외된 당시에는 “녹화 시간 전에 부르지 마라”, “다른 출연자보다 빨리 부르지 마라”, “녹화 빨리 끝내라” 등 세 가지 당부를 건넨 사실이 알려져 폭소를 자아낸 바 있죠. 일견 녹화를 대충하고 출연료만 받아내려는 방만한 태도로 보이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연예인들이야 녹화 시간에만 고생하면 끝이지만 녹화 종료 후에도 다음 출연자 섭외부터 편집까지 기타 잡무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는 PD, 작가 등 제작진을 위한 배려였는데요, 과거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을 때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이 가장 길다”며 “그중에서도 스태프들이 엄청난 노동에 시달린다”고 제작진을 향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녹화를 대충하는 게 아닌 효율적으로 하길 원하는 이경규의 확고한 철학을 제일 반기는 사람 역시 제작진들입니다 더욱이 40년에 달하는 오랜 예능 경력을 토대로 짧은 녹화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이 원하는 재미만을 쏙쏙 뽑아내는 덕분에 이경규가 섭외되면 반색한다는 스태프들도 다수인데요 실제 이경규가 출연한 JTBC <아는형님>은 현재까지 레전드 회차로 기록될 만큼 반응이 좋았는데,평소에 비해 확연히 짧은 3시간도 채 안되는 녹화 시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녹화 시작 65분만에 마치는 등 효율적인 녹화로 정평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예능계 가장 긴 녹화시간 유발자(?)로 유명한 강호동과 함께 진행하는 JTBC <한끼줍쇼>에서는 제작진은 물론,연예인 출연자들까지 이경규와 팀이 되는 것을 바란다는 후문이죠.이러한 효율성에 중점을 둔 이경규의 방송 능력은 특히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됐던 예능 프로그램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특히 빛을 발했는데요.보통의 출연자라면 제작진의 편집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던지느라 실제 방송과 달리 녹화때는 재미가 덜한 경우가 많은데,이경규의 경우는 생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도 버릴 부분이 없어 지루하지 않았다는 극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해 하루 반나절 이상을 녹화에 임하는 강호동의 열정도 인정 받을 만하지만, 긴 녹화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제작진의 입장이라면 저 같아도 ‘갓경규’를 외치지 않을까 싶네요.

<이순재>

녹화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경규와 달리 데뷔 60년 차 원로배우 이순재는 정반대의 성향으로 후배 배우들에게는 귀감이, 드라마 스태프들에게는 ‘천사표 선생님’으로 저명하다고 합니다. 과거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선배 이순재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낸 이덕화는대중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원로 배우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이순재의 촬영 스타일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덕화는 이순재가 녹화장에서 절대 하지 않는 말 세가지가 있는데 그 세가지는 “왜 빨리 나오라 그랬냐, 왜 늦게 끝내냐, 왜 기다리게 하냐” 라고 밝혔습니다.

이순재 정도의 네임밸류를 가진 톱급 배우라면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모든 촬영 일정이 조절되길 바라는 경향이 있지만,이순재는 촬영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대기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절대 불평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어 이덕화는 “촬영이 평소보다 늦게 끝나도 스태프들 나름의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 며 민감해질 수 있는 촬영 딜레이에 하해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모든 상황을 품어주는 이순재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고 전했어요. 2009년 이순재와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부녀지간으로 출연한 배우 오현경 역시 이순재의 남다른 비권위적인 자세에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는데요. 오현경은 “나를 비롯해 후배 배우들의 귀감이 되셨다”고 운을 떼며 시트콤 방영 기간 촬영 내내 후배 출연자들보다 30분씩 일찍 도착하고 철저한 준비로 NG없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첫씬과 마지막 씬을 촬영해야하는 일정 탓에 어쩌다 대기 시간이 길어져도 본인 편의를 위해 스케줄 조정하는 법 없이 무려 5시간 가까이 차에서 묵묵히 대기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본인의 마지막 촬영분을 마치고 떠났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배우 김영철의 경우 원래 후배보다 자신의 촬영 일정이 뒤로 밀리면 스태프들에게 짜증을 내기 일쑤였지만,새벽 3시 차 안에서 자신의 순서를 조용히 기다리던 이순재를 보고 마음이 확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쪽잠을 청하던 이순재에게 다가가 촬영 순서를 바꿔 먼저 찍으라고 제안했지만, 이순재는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너희들 찍어”라며 넓은 배려심을 드러냈고, 이에 깊은 깨달음을 얻은 김영철은 그때부터 자신 위주가 아닌 팀 위주의 자세를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수십 년간 한결 같은 마음가짐으로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이순재, 정말 대단합니다.

인기가 곧 지위인 양 스태프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행하는 연예인도 많다는데, 갑질은커녕 철저히 스태프의 입장에서 녹화에 임하는 이경규와 이순재를 보니 역시 수십 년간 시청자 및 제작진의 선택을 받는 데엔 남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