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는 공정한 판정과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심판이 존재하죠. 실력이 뛰어나야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선수들과 달리 심판들은 대중이 이름을 모를수록 유능한 경우가 많은데, 심판의 이름이 잘 알려지려면 잘못된 판정으로 악명을 높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선수 입장에선 지금껏 해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인데요. 아무리 억울해도 지켜야할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오늘은 <판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심판을 두들겨 패버린 선수 TOP3>를 알아보겠습니다.

3위 퍼비스 파스코

국내의 각종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는 선수들의 신체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다이내믹한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외국인 용병 선수들을 활용하고 있죠. 

지난 2006년 ‘창원 LG 세이커스’에서 국내 KBL 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한 미국 출신의 농구선수 ‘퍼비스 바스코’ 또한 외국인 용병 선수로 국내에 입성, 파워풀한 플레이와 압도적인 운동 능력을 앞세워 화려하게 등장했는데요. 그러나 팁 합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비매너 몸싸움으로 구설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해인 2007년에는 KBL 역사상 최악의 사태에 이름을 올리며 영구제명 당하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때는 2006-2007시즌,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한창이던 2007년 4월! 파스코는 상대팀 KTF 소속 장영재 선수의 거친 파울에 분노를 참지 못한 나머지 그의 목과 가슴을 세게 밀쳤고 이에 심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당하자 판정을 내린 심판까지 팔꿈치로 가격하는 돌출 행동을 보였는데요.


한 눈에 봐도 신체 조건이 우세한 외국인 선수가 상대 선수와 심판을 상대로 위협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은 많은 이들의 충격을 자아냈고,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LG에서는 퇴단을, KBL에서는 영구 제명과 벌금 5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죠. 이후 파스코는 “변명의 여지 없이 죄송하다”는 사과 입장을 전하면서도 “모든 잘못을 외국 선수에게 지우는 것만은 없어져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수년간 암묵적으로 자행된 KBL 내의 국내 선수 감싸기가 문제였습니다. 사실 기량과 피지컬적인 면에서 열세인 국내 선수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외 용병선수들을 막기 힘들었고, 그를 막기 위한 과한 파울이 많았는데 이를 참다참다 폭발한 것이었죠.


실제로 당시 현주엽 역시 파스코의 행동이 지나쳤음을 지적하면서도 과거부터 외국인 선수들을 향해 필요 이상의 거친 파울이 많이 나왔고 심판들이 반칙을 묵인한 채 휘슬을 불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고 인정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억울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찌 됐든 절대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사태의 주인공이 된 파스코는 KBL 사상 처음으로 영구제명을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이후 한국 무대를 떠나 각 나라를 전전하다 2015년 칠레에서의 선수 생활을 끝으로 은퇴했다고 하네요.

2위 비도 론카

권투, 레슬링, 킥복싱 등의 격투기 종목들은 경기 특성상 선수들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쉬운데요. 그렇기에 심판의 역할이 다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종목보다 심판이 위험에 처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종목이기도 하죠.

선수들이 수차례 때리고 맞기를 반복하다 정신이 몽롱해진 상태에서 심판을 상대 선수로 오인하고 가격하거나, 심판이 격해진 두 선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는 등 자칫하다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이런 돌발 상황은 선수들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지난 2014년 크로아티아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선수의 심판을 향한 분노와 공격성이 여실히 드러난 악의적인 행동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크로아티아에서 개최된 유럽 청소년 복싱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크로아티아 복서 ‘비도 론카’는 상대 복서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당하던 중 심판에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해 다운으로 인정되는 ‘스탠딩 다운’ 판정을 받았는데요.

불굴의 의지로 심판에게 “더 할 수 있다”는 몸짓을 보인 비도 론카! 하지만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심판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론카의 TKO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는데요. 이후 론카는 판정에 승복하는 듯 코너로 향했지만.. 잠시뒤, 결과 판정을 위해 링 중앙으로 모이는 중 사건이 발생합니다.


조용히 심판 뒤로 접근한 론카가 갑자기 심판을 향해 주먹을 마구 날렸고, 미처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심판이 링 위에 쓰러진 뒤에도 한동안 무차별 공격을 가한 것인데요. 결국 대회 관계자가 론카의 다리를 잡고 링 밖으로 끌어내며 상황은 가까스로 정리됐습니다.


수개월 간 뼈를 깎는 고통으로 준비한 경기가 패배로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야 하겠지만 경기 규칙에 의거해 판정을 내린 심판이 대체 무슨 잘못인지…

이후 긴급회의를 연 크로아티아 복싱 연맹 이사회는 신성한 복싱 경기장을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만든 비도 론카에게 선수에게 자격 정지와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심판은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고 하네요.

1위 앙헬 마토스

판정에 불복해 몰상식한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쿠바의 전 태권도 선수 ‘앙헬 마토스’는 2000년 하계 올림픽 태권도와, 2007년 팬아메리칸 게임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만큼 그 기량과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데요.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의 선수 커리어는 2008년 하계 올림픽 태권도 대회를 기점으로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올림픽 역사의 오점으로 회자되고 있는 주심 폭행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인데요.


사건은 대회 마지막날, 남자 80kg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벌어졌습니다. 당시 카자흐스탄의 ‘아르만 칠마노프’ 선수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지고 있던 마토스는 갑자기 무릎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며 심판에게 개시를 요청했습니다. 개시란 태권도 경기 중 1분 동안 부상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개시를 요청한 선수는 1분 내에 경기장에 들어오거나 복귀가 어려울 땐 추가 시간을 요청해야 하며 선수 측으로부터 요청이 없으면 경기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 기권으로 처리되는데요.


마토스가 요청한 개시 시간이 20초 남았을 무렵, 곧 경기가 재개된다고 경고했지만 1분이 지난 후에도 마토스는 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별다른 추가 시간 요청도 하지 않았기에 심판은 규칙대로 기권패를 선언했죠. 태권도 국제 대회에 한두 번 출전해 본 것도 아니고, 개시 시간을 지켜야 하는 건 태권도 선수라면 누구나 다 아는 기본 중의 기본! 이를 지키지 않은 건 앙헬 마토스 본인의 잘못이었기에 누구도 탓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심판의 판정에 마토스와 그의 코치는 격렬히 항의하기 시작했고 결과가 바뀌지 않자 이내 심판의 얼굴을 발로 가격하는 최악의 진상을 부렸는데요. 경기 중에나 써야 할 발차기를 아무 잘못 없는 심판에게 사용한 저급한 행동이 다른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에서 벌어지다니,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지만 마토스 본인은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까지 항의를 멈추지 않는 모습으로 눈총을 샀습니다.


결국 세계 태권도 연맹은 태권도 입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 주심 폭력 행위에 불쾌감을 내비치며 앙헬 마토스와 그의 코치를 영구 제명 처분, 다음날엔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리며, 더이상 그가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하네요.


과거엔 스포츠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선수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심판의 판정이 잘못됐더라도 판정에 불복하거나 대항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죠.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에 힘입어 ‘AI 심판’이 등장했고 이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만큼 심판은 심판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적절한 대안을 찾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