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렸을 때 어린이 체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방송국 체험, 떡방아 찧기 체험, 직업 체험 등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나는데요. 이렇게 학교를 벗어나 색다른 체험을 하는 것이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오늘 소개해드릴 조금 특이한 체험은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부르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어린이 체험들인데요. 오늘은 <도대체 뭘 배우라는건지 모르겠는 끔찍한 “동심파괴” 체험 TOP3>에 대해 알아볼게요!

TOP 3. 뒤주 체험

배우 유아인과 송강호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 대결이 찬사를 자아내며 개봉 당시 약 600만 관객수를 동원한 영화 <사도>. 1762년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서 사망한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제작된 사도는 과거 역사책에서 배운 ‘어긋난 부정’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사실적이고도 극적으로 묘사했다는 극찬을 받았죠. 본래 나무로 제작된 곡식을 담는 궤를 의미하는 ‘뒤주’는 이런 역사적 배경 탓에 다소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어린 아이들을 이 뒤주에 넣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죠. 이름부터 아주 살벌한 ‘상설 뒤주 체험장’을 운영하는 곳은 수원시의 화성행궁! 화성행궁 내 유여택에는 이렇게 보기만 해도 아담한, 가로 1m, 세로 0.7m, 높이 1.1m 크기의 뒤주 4개가 설치돼 체험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성행궁을 관리하는 문화재단에서는 관람객들이 친히 뒤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나무로 제작된 발판을 배치, 덕분에 키가 작은 만 3~8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즐겨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역사적 인물의 비극을 일종의 놀이 체험으로 연출한 것도 불편하지만, 문화재단 측에서 이 체험장을 마련한 목적이 더 문제입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대왕의 아픔을 다시 되새겨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으나 체험장 소개문에는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대왕의 효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다소 황당한 설명이 게재돼 있습니다. 역사 공부를 조금 하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만든 곳으로, 아들이 만든 별궁에 그 아들의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공간인 뒤주를 전시하는 건… 쉽게 납득하기 힘든데요.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뒤주를 아이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이용하게 하는 건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졌습니다.

TOP 2. 유치원생 유치장 체험

아이가 흔히 못된 짓을 하거나 사회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면 “경찰 아저씨가 잡으러 온다”거나 “감옥에 잡혀간다” 등 장난 섞인 협박성 발언을 하는 부모님들 계실 텐데요. 이런 말들은 아이의 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적 원리를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로만 해서는 아이들이 범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할 거라 판단한 걸까요? 지난 2011년 경기도 오산에서는 수십 명의 유치원생들이 경찰에 의해 유치장에 끌려가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다름 아닌 ‘유치장 체험 활동’ 때문이었는데요. 화성동부경찰서에서는 희망하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경찰서 견학 프로그램인 ‘범죄 예방교실’을 운영, 미취학 아동들이 유치창을 체험하게 하는 나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바 있습니다.


경찰관의 활동상을 살펴볼 수 있는 상황실부터 112차량 탑승을 비롯, 마지막 유치장 체험까지! 아니 뭐, 아이들에게 유치장을 체험하게 한다고 해서 범죄가 얼마나 예방될지는 모르겠지만…아직 경찰서를 가보지 못한 어른 입장에선 나름 재미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잠깐이지만 쇠창살 안에 갇히게 하다니, 충분히 심리적인 압박과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는 부적절한 체험 활동이라는 반응이 빗발친 것인데요. 당시 비슷비슷한 유치장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곳은 화성동부경찰서 뿐만 아니라 수원중부경찰서, 아산경찰서 등 한두 곳이 아닙니다.


경찰서 관계자는 비어 있는 유치장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체험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유의미한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전했지만, 쇠창살 안에 갇혀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왠지 울적해 보이는 건 저 뿐만은 아닐 것 같네요.

TOP 1. 논개 체험

1593년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일본군에게 함락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왜장을 유인, 바다에 함께 몸을 던져 순국한 의로운 기생으로 잘 알려져 있는 논개! 그의 용감하면서도 극적인 선택은 오랜 세월에 걸쳐 회자되며 현재의 초등학생들 역시 다양한 역사책을 통해 논개의 굳센 기개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요.


그러나 나라를 구한 논개의 용기있는 결정이 진지한 박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 행사 주최측이 논개의 순국을 일회성 체험 놀이로 재현,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잔뜩 신나 보이는 표정의 한 아이! 자신의 몸 만한 무언가를 들고 어딘가로 뛰어내리는데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이 사진은 이름도 이상한 ‘논개 체험장’의 풍경입니다.

체험장이 마련된 건 지난 2011년, 경남 진주시가 진주성 일원에서 개최한 ‘진주논개제’인데요. 진주논개제는 진주성전투에서 순국한 민, 관, 군의 넋을 위로하고 의기 논개의 천추의열을 기린다는, 뜻깊은 취지를 바탕으로 매년 5월마다 개최되는 진주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입니다.


다른 축제도 아니고 논개제에서 논개의 마지막 순간을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논개 순국 체험행사를 마련하다니… 설명만 들어도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한데요.

실제로 당시 어린이들이 인형을 끌어안고 투신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견해와 함께 ‘살자’ 체험 아니냐는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논개제 주최측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자  집행위원장이 보인 반응은 더 큰 황당함을 자아냈습니다.


“투신 체험이 아닌 순국체험”이라며 “어린이의 사진을 찍는 등 부모들도 좋아했다”는 게 그의 해명인데, 논개 정신을 되새기는 것,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신까지 따라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행히 논란의 논개 체험은 2011년 이후로 폐지되었다고 하네요.


책으로 읽고 쓰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습득하는 게 더 오래 남는 것처럼 어린이들의 체험활동 역시 일반 학습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체험활동을 설계하면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올바른지, 교육적으로 부적절한 부분은 없는지 두 번, 세 번 살피는 세심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